예언자

화마와 같은 적갈색 모래바람이 삽시간에 피어올라 다가왔다. 크고 작은 모래알들이 얼굴을 할퀴며 작은 상처들을 만들어 냈지만 사내는 여의치 않고 두건을 코끝까지 추켜올릴 뿐이었다. 사막에서 해무처럼 피어오른 뿌연 모래폭풍은 한 치 앞의 시야조차 허락하지 않았기에 여행자의 발목을 묶어두는 늪과도 같았다. 지금 상황에선 모래폭풍이 걷히기 전까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내는 서둘러 바위 뒤로 몸을 웅크린 채 자신의 모험에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바랐다. 어느 순간 눈앞까지 다가온 모래폭풍에 포효에 황급히 고개를 숙이자 수많은 모래가 머리 위로 쏟아졌다. 눈은 따가웠고 호흡은 거칠어졌다. 서걱거리는 모래알들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투정은 잠시 미루어 놓아도 늦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적막과 함께 더는 모래바람이 느껴지지 않자 사내는 모래 속에 파묻혀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의 몸에서 폭포처럼 모래가 흘러 내렸다. 콧속과 입안에 남아있던 잔여물을 뱉어낸 후 주머니에서 나침반을 꺼내자 희뿌연 먼지를 뒤집어쓴 나침반이 새침하게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나침반의 유리 표면을 자신의 옷으로 가볍게 문질러 닦은 뒤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지금까지 여정의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해준 고마운 녀석이었다.
손 위에 올려진 나침반 안의 빨간 바늘은 흔들거리며 춤을 추다 이내 멈추고 사내의 시선을 기점으로 10시 방향을 가리키곤 멈추어 섰다. 나침반이 가리킨 곳을 따라 사내 역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대지만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긴 여정을 계속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사내가 여정을 시작한 지도 벌써 6개월이 넘어서고 있었지만, 이 여정이 며칠 만에 끝날지, 몇 달, 몇 년이 걸리지는 사실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사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이곳에서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여정을 시작할 것인지 오직 둘 뿐이었다.
애초에 포기할 여정이었으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그였기에 그는 깊은숨을 몰아쉬곤 오직 나침반이 가리킨 북쪽의 진리의 길을 향해 걷고 또 걸을 뿐이었다.
나침반이 안내하는 북쪽으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몇 번의 모래바람이 파도처럼 피어났다가 부서지길 반복했다. 시간의 개념조차 사라진 지금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인지할 순 없었지만, 더욱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과 길게 자라난 머리로 비추어보아 이전보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고생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듯 마침내 저 멀리 희미하지만, 우뚝 솟아있는 탑이 사내의 눈에 담겼다. 끝없이 솟은 탑은 구름 위로도 솟아있어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뻗어 있었다.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탑을 보자 사내는 그간의 피로는 온데간데없고 설렘과 기대감이 가슴속에서 마구 요동쳤다. 사내는 말 없이 탑의 끝을 바라보다 자신의 긴 여정에 마침표가 보인다고 생각하니 오랜 시간 지속해온 긴장감이 조금은 녹아 흘렀다. 그는 얼굴에 두른 두건을 내리고 가슴속에서 깊은숨을 끌어올려서 뱉어냈다.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니 옷은 군데군데 삭아서 찢어지고 남루해져 있었으며 본래의 빛깔마저 바랬다. 사내의 시선에 찢어진 신발 사이로 삐져나온 발가락이 보였다. 발가락에 힘을 주자 신발에서 수줍게 얼굴을 내민 발가락이 인사라도 하듯 꼬물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곤 오랜만에 피식 웃었다.
그렇지만 그에겐 오랜 시간 여유 부릴 만큼 시간이 없었다. 사내는 다시금 웃음을 거두고 두건을 끌어 올린 뒤 탑을 향해 긴 여정의 끝을 알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오직 저 탑을 오르기 위해 많은 시간과 시련을 견디며 걸어왔다. 그가 탑을 험난한 여정을 하며 탑을 오르려는 이유는 오직 ‘진리’를 알기 위함이었다. 사내가 오르려고 하는 탑은 세상의 모든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고 전해지는 현자의 탑이었는데 무수히 많은 사람이 도전을 했음에도 탑을 오르지 못한 이유는 탑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지만, 설령 탑의 위치를 안다 하여도 탑까지 오는 과정이 너무나 험난했기 때문이었다.
탑에 오르려 도전한 사람들 대부분은 탑에 도착하기도 전에 포기하기 일쑤였고 간혹 탑까지 도착해 탑을 오르게 되어도 하늘과 맞닿아 있는 탑을 오르다가 끝없이 솟아있는 탑의 높이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비록 소문이긴 했지만, 간혹 탑에 오르기를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소식이 전해지긴 했다. 사내 역시 그들을 만나고 싶어 소문을 쫓아 탑에 오른 사람들을 수소문하였지만 그 어디에서도 탑에 올랐다는 사람들을 만날 순 없었다.
사내는 역시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 단정 지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자신이 직접 탑에 올라 진리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이 저 탑을 올라 진리를 얻게 된다면 사람들에게 자신이 얻은 진리를 널리 알리겠다고 생각했다.
탑의 윤곽을 확인하고 탑을 향해 묵묵히 걷기를 며칠째 지속하던 어느 날 그는 더는 발걸음을 옮기지 않고 멈추어 섰다. 거세게 몰아치던 모래바람도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의 옷에 묻은 모래를 손으로 툭툭 털어내자 옷은 뿌연 모래를 토해냈다.

오랜 시간 얼굴에 두르고 있던 두건을 사내는 벗어냈다. 드디어 탑에 도착한 것이다. 비록 탑만 올라가야만 하는 여정이 또 남아있었지만, 그는 무사히 탑에 도착했다는 이 순간의 희열을 잠시나마 즐기며 탑을 살폈다. 탑은 중심부를 기준으로 뱀이 똬리를 트듯 빙글빙글 원형으로 계단이 둘려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벗어 정말 필요한 짐만 따로 분류했다. 탑을 오르려면 짐을 최소화로 추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는 탑을 오르다 자신이 죽더라도 탑에 끝까지 오르기 전에는 절대로 탑을 내려오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대뇌였다. 그리고 모든 채비를 마친 사내는 굳은 다짐과 함께 계단에 첫발을 올려놓았다.
그의 첫걸음이었다. 그렇게 사내는 탑의 계단을 올랐다. 한 계단, 두 계단.. 계단을 향해 올라가도 계속해서 같은 계단이 반복되었기에 흡사 자신이 뫼비우스의 띠 위를 걷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지만 잠시 멈추어서 계단 아래로 바라본 세상은 벌써 작은 점으로 변해있었다. 이미 그는 상당히 높은 높이까지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에 안도하며 사내는 몇 번을 더 오르고 잠시 멈추어 쉬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구름보다 높이 올라와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았지만, 자신이 있던 세상은 구름에 가려져 더는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탑은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높게 올라온 만큼 공기도 같이 부족해져 한걸음 옮기기조차 쉽지 않았고 수중의 물도 바닥을 보였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고 힘들었으며 두려움이 싹트자 그의 마음속에서도 다른 사람들처럼 의구심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과연 이런 고생을 하면서까지 탑을 오를 가치가 있을까?’
‘정말 탑의 끝에는 진리를 얻을 순 있을까?’

한 번 일어난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라는데 자신이 탑을 오르다 죽으면 진리가 과연 무슨 소용인가도 싶었다. 그렇지만 사내는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처음 탑을 오를 때 했던 다짐을 스스로 되뇌었다. 이제 와서 포기한다면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여정의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초심을 잃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잠시 계단에 걸터앉아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그가 주머니에서 꺼낸 건 오랜 시간 접었다 폈다를 반복한 듯 보이는 꼬깃꼬깃하고 구겨진 낡은 종이었다. 사내는 종이를 마치 보물이라도 되는 듯 조심스럽게 펼쳤다. 종이가 펼쳐지자 한글자 한글자 정성스럽게 새긴 단어들이 보였다.

[사랑, 행복, 죽음, 종교, 진실, 도전, 용서]

사내가 탑에 도착하게 된다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적어놓은 단어들이었다. 그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하면서도 다시금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종이에 적힌 단어들을 나지막이 읽었다. 단어를 읽을 때마다 단어 하나하나가 가슴속에 각인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단어를 모두 읽고 나자 그는 자신이 왜 탑을 오르고 있는지 명확해졌고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던 의구심은 신념에 의해 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종이를 다시 정성스럽게 접어 자신의 바지 안으로 깊숙이 찔러 넣은 뒤 손에 쥐고 있던 얼마 남지 않은 물을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물병에 있던 마지막 물 한 방울까지 모두 음미하고 나서야 물병에서 입을 뗐다. 바짝 말라 있던 입안이 촉촉이 젖으며 뻣뻣하게 굳어있던 혓바닥이 조금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사내는 가만히 눈을 감고 ‘법구경’에 나오는 한 구절을 생각했다.

‘녹은 쇠에서 생기는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어 버린다.’

사내는 법구경에 나오는 이 말을 참 좋아했다. 언제 생겼는지 모르는 아주 작은 녹이 어느 순간 쇠의 전체를 녹슬게 하듯 인간의 두려움과 의구심 역시 ‘녹’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지금껏 탑에 도전한 많은 사람이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온 이유는 자신의 마음속에 피어난 녹 때문이었으리라. 그리하여 한번 생긴 녹은 그들의 마음을 서서히 녹슬게 했을 것이다.
사내 역시 자신의 마음속에 작은 녹이 피어났기 때문에 잠시 흔들렸다고 생각하며 지금이라도 마음을 다잡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이 명확해지자 신념은 더욱 단단해졌다. 감고 있던 눈을 뜨자 세상은 다시 암흑에서 광명이 찾아왔다. 그리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탑의 계단을 향해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처럼 사내는 한 걸음, 두 걸음… 계단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오르기를 반복한 그의 눈앞에 더는 탑의 계단이 보이지 않았다. 탑의 정상에 도착한 것이다. 사내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마지막 힘을 짜내어 걸음을 옮겼다. 탑의 정상에 도착하자 그의 눈에는 또다시 끝을 알 수 없는 하얀 평지가 펼쳐졌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어느 방향으로 끝없이 펼쳐진 하얀 평지뿐이었다. 탑 위에 이런 광활한 대지가 존재한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한편으론 다시 또 이곳에서 또 다른 곳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밀려왔다.

‘과연 이곳은 어디인가?’
‘현자는 정말 이곳에 존재하는가?’

사내는 마음속의 의문을 짓누르며 주변을 서성거렸다. 그곳엔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너무나 극심한 갈증을 느꼈던 터라 사내는 물이 흐르는 곳으로 달려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손으로 물을 떠서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너무나도 달콤했다. 몇 차례 더 물을 마시던 그때 맑게 흐르던 물은 어느 순간 심각한 악취와 부유물들이 떠다니는 폐수로 변했는데 그 물을 보니 방금 자신이 마신 물도 더러운 것 같아 구역질이 올라왔다.
토악질을 멈춘 사내는 간사한 자신의 마음에 쓴 웃음이 번질 무렵 어느샌가 자신의 뒤에 노파가 서 있었다. 인기척도 없이 다가온 노파의 모습은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에 허리가 굽어 사내의 가슴 정도 밖에 오지 않는 작은 키였으며 노파의 다리처럼 얇은 지팡이 하나에 겨우 의지한 채 작은 미풍이라도 불면 쓰러질 것 같은 위태한 모습이었다.
사내는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광활한 대지에는 오직 노파와 사내 단둘 뿐이었다. 힘들게 진리를 얻기 위해 이곳에 올라왔는데 겨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볼품없는 노인을 보자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내쉬었다. 노파는 그 모습을 보고 사내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대도 겉모습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구나.”

사내는 자신을 향해 말을 뱉는 노파를 놀라서 쳐다봤다. 볼품없고 나약한 모습의 노파의 목소리는 산에서 메아리가 울리듯 광활한 대지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울려 퍼졌지만, 노파는 전혀 소리를 지르는 기색이 없었다. 더욱이 노파가 자신의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 사내는 부끄러워졌다.

“죄송합니다.”

사내는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했다. 고개를 들으니 노파는 자신을 향해 말없이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사내는 노파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아까까지 볼품없는 노인이라고 치부해버린 노파의 손은 소년처럼 부드러웠으며 노파의 눈은 검은 보석을 박아 높은 듯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짙고 반짝반짝 빛이 났다. 자신을 향해 웃을 때 노파의 미소는 아이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이 노파가 그토록 물어보고 싶었던 진리에 대하여 답을 해줄 것임을 사내는 알 수 있었다. 사내는 다시 한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이곳은 어디입니까?”
“시간이 아주 많은 곳이지. 이곳과 저 아래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네.”

사내는 노파의 알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노파는 사내의 모습을 보며 진짜 목적을 안다는 듯 되물었다.

“그런데 그대는 정령 이곳이 어디인지 궁금하여 온 것이더냐?”

사내는 황급히 노파를 보며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말했다.

“진리를 찾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 절대적이고 명시적인 것이 어디 있겠느냐. 세상에서 진리라 일컫는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옳고 그름이 뒤바뀌는 것이거늘”
“그럼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 역시 만물의 진리를 알지 못한다. 끊임없이 탐구하고 연구하며 자신이 옳다 믿는 소신대로 행동하는 것이 사람의 진리 아니더냐.”

사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노파의 대답에 당황했다. 그러나 곰곰이 노파의 말을 되새김하며 생각해보니 노파의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전 끊임없이 진리라는 것을 갈구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깨달음이 부족하여 현인처럼 스스로 진리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현인께서 정의하신 소신을 듣고 싶습니다.”
“어떠한 것이 궁금한 것이냐?”

사내는 자신의 주머니에 고이 접어 둔 종이를 꺼내 펼쳐본 뒤 노파에게 말했다.

“사랑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사내의 노파에게 질문했다. 노파는 사내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사랑. 세상 그 무엇보다 강한 중독성으로 서로를 갈구하며 상대방에게 서로의 색깔을 조금씩 덧칠해 나아가는 것. 두 사람의 혀끝에서 환희의 찬가를 부르며 춤추기도 하지만 스치는 바람에도 가슴이 시리고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져 버리는 절망의 씨앗이기도 하다. 흘러가는 구름의 물결처럼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지만, 순간의 기적처럼 어느 순간 찾아와 마법 같은 놀라운 일들을 만드는 게 사랑이다.
사랑의 아픔은 나를 더 높은 곳으로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날개를 꺾어버려 바닥까지 떨어지게도 하는 야누스 같은 존재이다.
영원히 지속되는 겨울은 없다. 또한, 영원히 지속하는 봄도 없다. 봄볕의 따스한 햇볕이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차가운 겨울바람이 다시금 내 마음을 얼어붙게 한다. 그 모든 것이 내 마음에 따라 변하는 게 사랑이다. 또한, 상대방의 작은 손짓에도 봄에서 겨울, 다시 겨울에서 봄으로 변하는 것 또한 사랑이다.
사랑의 뒷모습이 무섭다 하여 사랑을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의 찬가가 그대를 부르면 사랑의 부름에 오직 앞을 보고 따라가라. 사랑은 그대들의 인생에 찾아온 수많은 기적 중 하나일 터이니.
사랑의 끝에서 슬픔의 칼날이 나를 향해 겨누면 억지로 거부하려 하지 말고 슬픔 또한 묵묵히 견뎌라. 파도처럼 밀려오는 슬픔은 억지로 붙잡지 않으면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아무리 긴 어둠도 반드시 새벽은 찾아오는 것처럼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듯 사랑 역시 그 안에 종속되어 있다.
지나간 사랑에 미련을 두지 마라. 미련과 사랑을 혼동하지 말라. 미련은 오직 자신을 파괴하는 그 끝의 피폐해진 나 자신만이 존재할 뿐이다.
과거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스스로 만들어놓은 감옥에 갇히게 되어 버린다. 그대들은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지 과거 속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아니지 않은가. 지나간 사랑은 선명하게 찾아와 강렬하게 각인되고 몽롱하게 기억되는 사랑의 단편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모두 다른 사랑을 하기에 사랑의 귀결에 정답은 있을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실패한 사랑 역시 존재할 수 없다. 오롯이 사랑에 대한 평가는 사랑을 나눈 주체자만이 평가와 답을 내릴 수 있다. 그대들은 세상의 사랑이 하나의 색깔로 보이는가? 이 세상 자연을 둘러보라. 나무의 녹음 역시 비슷한 색깔로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모두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듯 너희의 사랑 역시 제각각의 모양과 색깔을 띄기에 더욱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아니더냐. 다른 사람의 사랑에 섣불리 손가락질하며 비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말라. 그들이 깊숙한 내면에 어떤 사연과 사정이 있는지 과연 그 누가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랑은 사랑이라는 두 글자만으로 충분히 축복받아야 마땅하다. 서로에게 계산하지 말며 오직 사랑만을 갈구하며 서로를 향해 치열하게 사랑하라. 사랑은 원래 치열한 것이다.
사랑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서로의 두 손을 맞잡고 그곳을 향해 나아가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하나의 사랑을 피워내는 건 세상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찬란한 기적과도 같다. 누군가는 오직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일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난이라는 건 사람마다 정의와 기준이 다른 지갑의 무게일 뿐이다. 그것 역시 그대들 스스로가 정해놓은 기준이 아닌가.

삶이 지쳐서 힘들고 짜증이 나는가? 매일 반복되는 삶에 지쳤다면 그것은 그대들이 변화할 기회가 있다는 또 다른 의미이다. 지금껏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무언가를 도전해 볼 수도 있고 무언가를 배울 수도 있다.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도 있고 남을 위해 봉사를 할 수도 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하여 감사하기 시작하라. 그럼 그대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고 아름다움을 두 눈에 가득 담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음성을 듣고 귀 기울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지고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라.
따뜻한 햇살이 살며시 내려와 얼굴을 흠뻑 적시고 살랑이는 바람이 그대들을 어루만짐을 느껴보아라. 새들의 합창 하며 부르는 멜로디에 귀 기울여보라. 하늘에 수많은 별이 만들어내는 명화에 흠뻑 취해보라. 대지에 피어나는 수많은 꽃이 바람의 음성에 춤추는 것을 감상하라. 그리고 그 모든 걸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행복함을 느껴라.
이미 하루를 시작할 때부터 그대 곁에는 수많은 행복이 펼쳐져 있다. 삶에서 그대들 앞에 펼쳐진 수많은 행복을 불행으로 바꿀지 기쁨의 찬가로 바꿀지는 오롯이 그대들은 선택일 뿐이다.”

사내는 이번 역시 노파가 하는 말을 묵묵히 받아 적었다. 사내는 노파의 말을 듣고 자신의 행동을 잠시 돌이켜보았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하지만 사내는 다음 질문을 서둘러 노파에게 하여야만 했다. 그는 종이를 보고 다음 단어를 노파에게 말했다.

“죽음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노파는 사내의 말을 듣고 사내를 향해 말했다.

“죽음. 대부분 사람들은 머나먼 미래라고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사실 죽음은 언제나 그대들의 바로 곁에 있다. 지금 이 순간, 몇 년, 몇십 년 뒤가 될 수도 있지만 죽음은 막연하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 항상 그대들과 함께 존재한다. 죽음이 노년에만 찾아오는 것인가? 세상의 죽음은 나이에 상관없이 찾아온다. 당장 1분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게 우리네 삶이거늘 어찌 죽음만큼은 자신과 상관없다고 확언하며 살 수 있단 말인가. 그대들이 의사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단 한 번, 그리고 반드시 그 한번은 찾아온다. 그렇기에 그것을 억지로 거부하려고 할 필요도 없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삶에 죽음이 언제나 옆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사람은 지금 자신이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연속성이 아닌 죽음이 있기에 그대들이 살아있는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것이 아니더냐.
죽음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의 연속이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면 자연은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한다. 그렇기에 삶과 죽음은 언제나 하나의 실로 연결되어 존재하게 된다. 삶과 죽음의 연속성은 아침이 되면 저녁이 찾아오고 저녁이 되면 다시 아침이 찾아오는 것과 같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히 빛날 것 같은 저 하늘의 별도 죽고 새롭게 태어나길 반복한다.
지금 이 순간은 대부분 사람에게는 어김없이 다가오지만 어떤 이에게는 더는 찾아오지 않는 미지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지금이 지나면 영원히 사라질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살아라.
내일은 젊은이에게는 너무 멀고 노인에게는 너무나도 가까운 시간이 흐름이다.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동의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같은 단어도 상황과 받아들임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죽음을 두려워 말고 삶의 굴레에 도전하고 또 도전하라. 매 순간 행복의 노래를 부르며 당당히 맞서라.
다음에, 나중에, 잠시 후와 같은 뒤를 기약하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마음먹으면 지금 이 순간 시행하라. 죽음이 찾아오면 그 모든 것에 대한 기회마저 빼앗아간다.
그렇기에 더욱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라. 그렇다면 훗날 어둠이 찾아와 하늘의 군주가 그대에게 손을 내밀 때 기쁨 속에서 춤을 추리라.”

사내는 노파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신의 가슴에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다.

“종교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노파는 사내의 질문을 듣고 대답하였다.

“종교. 수많은 신과 종교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과연 그 모든 신은 존재하는가? 그것은 나를 포함하여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그대들을 만들어 낸 신과 그대들이 만든 신. 오직 두 종류의 신만 존재할 뿐이다. 그렇기에 종교의 믿음에 있어서 그 누구도 강요와 억압을 할 수 없다. 특정 종교와 신을 믿는다고 하여 옳지 않은가? 어떤 종교도 믿지 않는다고 해서 역시 옳지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그 기준은 과연 누가 정하는 것인가? 누군가는 말한다. 신이 그렇게 말하였다고.. 우리가 믿은 복음서에 그렇게 명시되어 있다고.. 일방적이고 편협한 진리가 과연 모든 사람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가? 신은 그렇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신은 자신의 가슴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진리이자 믿음이다. 수많은 종교의 다양성만큼 그대들의 생각과 신념 또한 다양하기에 그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답을 내리고 정의할 순 없다. 그렇기에 자신이 옳다고 느낀 신념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권리는 없다. 어제는 옳다 믿은 신념이 내일도 옳다고 그 누가 장담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다름과 틀림을 분명히 구분하라.

흑인과 백인의 피부색이 다르다고 틀렸다고 말하는가? 남성과 여성의 성별이 다르다고 틀렸다고 말하는가? 아이와 노인이 젊음이 다르다고 틀렸다고 말하는가?

종교 역시 마찬가지다. 나와 다른 종교를 믿는 자이거나 믿지 않는 자일뿐이다. 그대와 나는 다른 것일 뿐 절대로 틀리지 않다.
그대들의 삶 위에 종교가 올려져야 한다. 종교 위에 삶이 올려진다면 그대들의 삶은 반드시 기울어진다. 음식에 소금을 넣어야지 소금 속에 음식을 넣을 수는 없지 않은가.
자신을 가두지 마라. 신은 믿는다면 자신의 마음속에 깃든 신의 가르침대로 믿고 신이 안내하는 방향으로 따르라. 신을 믿지 않는다면 친구, 가족, 자기 자신, 정의, 신념, 도덕 등 자신의 마음속에서 외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마음이 기우는 곳으로 행동하라. 마음속에서 샘솟는 희망에 손짓하라. 어제보다 오늘 더 나아진 자신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라.”

사내는 노파의 말을 적어 내려갔다. 사내는 종이에 질문지가 하나씩 줄어들고 있음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이런 가르침을 노파에게 들을 수 있음에 한편으론 감사했다.
노파의 말대로 모든 것에는 반대로 생각하면 감사함이 존재하고 있었다. 사내는 노파의 가르침을 가슴속에 새기며 다음 단어를 노파에게 말했다.

“진실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노파는 사내를 보고 말했다.

“진실. 진실의 기준은 무엇일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진실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사실에 기반을 둔 사건의 나열일 뿐 진실이라고 말할 수 없다. 결국, 다수가 믿는 신념이 모여서 그것이 하나의 진실이 된다. 설령 그것이 잘못된 신념이라도 다수가 믿는다면 그것은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외눈박이 물고기 세상에선 정상적인 물고기가 이상한 물고기일 뿐이다. 그렇기에 진실이 언제나 옳다고 말할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언제나 틀렸다고도 말할 수 없다. 더욱이 그대들은 때론 불편한 진실보단 달콤한 거짓을 더욱 좋아한다.

그렇다면 진실의 반대는 무엇일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기에 화려하고 달콤한 거짓에 조심해야 한다고 정의하지만 거짓이 진실이 되기도 하고 진실 역시 거짓으로 돌변하기도 하기에 진실의 반대가 반드시 거짓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오직 진실의 반대는 침묵뿐이다. 진실의 단편은 추악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진실을 외면한다면 그대들은 언제나 교활한 거짓에 사로잡혀 스스로가 만든 울타리에 갇혀 버릴 지로 모른다.
항상 자신을 경계하라. 그리고 마음속 저울을 들여다보아라. 영혼의 무게가 한쪽으로 무거워진다면 무거워진 곳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대들이 물을 주고 키운 영혼의 나무가 열매를 맺으면 그대들 스스로 알게 되리라.
누군가는 탐스럽고 아름다운 열매를 피우리라. 누군가는 뿌리가 썩고 열매마저 맺지 못하는 나무를 얻게 되리라. 진실이 때론 그대들의 눈과 귀와 입을 막을 수 있다. 진실이 때론 그대들에게 영혼에 채찍질을 가하고 추악한 내면의 민낯을 드러내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마저 굳건히 견디면 진실은 모든 것의 주춧돌처럼 그대들을 굳건히 떠받쳐 주리라. 결국,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는 법. 진실의 빛이 비치는 곳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라. 비록 그 길이 험난하고 가파를지라도.”

사내는 종이에 노파의 말을 적어 나갔다. 사내는 노파를 바라보았다. 노파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내는 노파의 미소에 자신의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았다. 그는 종이를 적인 단어를 노파에게 말했다.

“도전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노파는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전. 그대들이 삶을 살면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하나의 과정 중 하나이다. 도전한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살아있음을 뜻한다. 때론 도전을 통해서 실패라는 이름을 배우게 된다. 그것은 그것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실패는 세상 속에서 그대들이 오만함을 가지지 않게 하려고 절대자가 인간에게 보내는 삶의 메시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대들 중 누군가는 도전을 통해 시련이라는 단어를 배우게 될 것이다. 그것 역시 그것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시련은 그대를 더욱더 성장시키기 위해 예고 없이 찾아오는 또 다른 선물이기 때문이다.

강철은 뜨거운 철에 녹아내려 수많은 망치질에 더욱더 단단하고 강한 무쇠가 되듯 시련은 그대들의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제련의 과정일 뿐이다.

실패와 시련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마라. 그대들은 더욱더 높은 성장과 도약을 위해 잠시 웅크렸을 뿐이다. 도약을 위해선 반드시 더 큰 반동이 필요하다. 퍼즐 조각이 꼭 필요한 곳에 끼워져야 온전한 그림이 맞추어지듯 그대들은 도전을 통해 자신들이 가장 필요한 곳에서 밝게 빛이 날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라. 가슴속 열정에 전율하라. 자신 앞에 펼쳐진 삶의 음표를 바라보라. 꿈의 강물을 따라 흘러가라. 시냇물이 흘러서 강물이 되고 넓은 바닷가로 흘러가듯 그대들의 도전 역시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훗날 넓은 바닷가를 이루리라. 도전하고 또 도전하라. 비록 지금 그대들의 인생이 겨울일지라도 포기하지 말아라.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찾아오고 단단했던 대지를 뚫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
그대들에게 이 순간의 도전은 훗날 자신들의 인생에 찬란한 밝은 빛을 비추리라. 힘들고 고통에 몸부림치며 흘렸던 눈물은 환희와 기쁨의 눈물로 바뀌리라. 그때가 되면 그대들은 황금의 물결 앞에서 경배하리라.”

사내는 노파의 말을 기록하면서 자신 역시 커다란 깨우침을 받고 있다는 걸 느꼈다. 사내는 자신의 종이에 적힌 단어를 노파에게 말했다.

“용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노파는 사내의 질문에 대답했다.

“용서. 그대의 마음에 상대방의 증오와 복수로 인해 천둥과 폭풍우가 몰아칠 때 자신의 마음의 창을 열고 창밖의 소리를 들어보라. 고통의 절규와 시련의 비명, 슬픔의 눈물이 요동침을 알게 된다면 그대는 거룩한 용서의 발자국에 한 걸음 다가간 것이다. 그대는 자신의 마음의 재판관이다. 교활한 말에 현혹되어 절망의 칼날로 상대방을 심판할 것인가? 축복의 문을 열고 영혼의 외침에 깨어나 고통의 억겁을 끊을 것인가?

천국과 지옥은 아주 작은 차이에서 시작된다. 증오할수록 더욱더 증오는 커질 것이며 고통의 굴레 역시 더 큰 고통으로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증오는 그대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후벼 파는 칼날을 영원히 가슴속에 묻고 살게 되는 것과 같다. 그대는 용서가 타인을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가? 원인이 있기에 결과가 있듯 그대가 복수와 증오의 칼날을 가지고 있는 한 그대는 영원히 고통받고 괴로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용서는 가장 고귀한 행동이며 타인을 위하기에 앞서 스스로 주는 최고의 선물이자 축복이다.
황금의 날개를 펴고 상대방을 감싸 안으라. 분노와 절망, 증오가 자신을 향해 파도쳐 밀려올지라도 그대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라. 숭고한 눈물이 바다를 이루고 위대한 전율의 노래가 넘쳐흐르게 하라. 복수의 이빨이 드러나 자신을 향하고 있더라도 조용히 가슴속에 묻어라. 그럼 그대의 마음에 광야와 함께 평화가 찾아들 것이니.”

사내는 노파의 모든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종이에 기록하였다. 그는 노파의 말이 끝나자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얼굴로 흘러내림을 느꼈다. 사내는 너무나도 커다란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그는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고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미 노파는 사라진 뒤였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노파는 광활한 대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사내의 손 위엔 노파가 건넨 말을 빼곡히 적은 종이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었다. 사내는 노파의 말이 적힌 종이를 정성스럽게 고이 접어 주머니 속 깊숙이 찔러넣었다. 사내는 노인이 떠난 빈 허공을 향해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는 다시 탑을 내려가기 위해 마음을 다잡으며 이곳을 마지막으로 기억하기 위해 자신이 처음 이곳에 올라와 목을 축인 계곡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그가 계곡으로 다가가니 놀랍게도 아까까진 분명 폐수와 악취가 나던 계곡이었는데 자신이 처음 발견했을 때처럼 다시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계속의 물이 변화된다고 짐작했다.
사람의 마음이 투영되는 계곡이라니 신비롭고 놀라웠다. 사내는 다시 한번 달콤한 계속 물을 마시고 싶어 몸을 낮추었다. 허리를 숙이고 계곡을 바라본 순간 계곡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사내는 너무나도 놀랐다. 자신의 얼굴은 노파의 얼굴처럼 검버섯이 피어올랐으며 주름은 깊게 팼고 머리는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다. 사내는 황급히 자신이 탑을 올라온 곳을 바라보자 그곳은 이미 광활한 대지만 펼쳐져 있을 뿐 자신이 올라왔던 입구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사내는 그제야 왜 탑을 올라갔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는지 또 처음 노파가 이곳은 시간이 많은 곳이라고 말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너무나도 허탈했다. 진리를 찾기 위해 힘겹게 올라와서 겨우 깨달음을 얻었지만 이미 자신은 노파로 변해버렸고 다시 탑을 내려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너무나도 아이러니했다. 아무에게도 전하지 못하는 진리가 과연 진리일까? 사내는 스스로 되물었다. 오랜 시간을 망연자실하여 주저앉아 있던 그는 채념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끝이 보이지 않는 평지로 발걸음을 한걸음 옮겼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의 모습은 점점 작아져 갔다. 그의 발걸음은 탑을 오를 때보다 훨씬 무거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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