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하여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이야기다. 학제개편으로 인해 지금은 모두 초등학교, 초등학생이라고 바꿔 말을 하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국민학교, 국민학생이라고 불렀다. 더욱이 요즘이야 옆집에 누가 사는지 서로 관심조차 두지 않지만 내가 어렸던 그 시절은 집마다 숟가락 개수가 몇 개인지도 훤히 알만큼 이웃들과의 교류도 많았고 담장도 낮았다. 내가 그것을 처음으로 본 것은 국민학교에 막 입학했을 무렵이었다. 평소와 Read more about 죽음에 관하여[…]

우리들의 영웅

이른 새벽 야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미리 맞추어 둔 시계 알람이 울리자 양 노인은 지친 몸을 추스르고 잠에서 깨어났다. 거리에 물들어버린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고작 몇 시간 잠을 청하고 다시 일터로 향하는 고된 일상이었지만 단 하루도 불평해본 적 없었다. 그의 오른손은 엄지와 검지를 제외하곤 모두 절단되어 있었고 왼손 역시 팔꿈치 밑으로 절단되어 의수를 끼고 Read more about 우리들의 영웅[…]

인간의 조건

지금부터 작성될 이 문서는 현재 우리 사회에 대한 인류 보고서이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냉철하지 못하며 어쩌면 식상할수도 있는 보고서이지만 그것마저도 나의 사명이기에 나는 이 문서를 작성한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변곡점을 그리며 눈부신 발전과 함께 성장해왔다. 인류가 불을 발견했을 때, 철기를 발견했을 때 인류는 계몽하였다. 그리고 다시 산업혁명과 근대화를 통해 인류는 다시 한번 개화를 한다. 우리가 Read more about 인간의 조건[…]

날 죽인 사람은 과연 누굴까

나는 창녀다. 아니 사람들이 나를 창녀라고 부른다. 창녀라는 말을 국어사전에 검색해보면 돈을 받고 몸을 파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여자라고 정의되어 있다. 난 누군가에게 매음을 한 적은 당연히 없고 더욱이 추업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 나를 보는 모든 사람이 날 매춘부로 전추시켰다. 얼토당토 않은 말에 박론하며 상황의 전, 후 사정을 설명하였지만, 그것도 그때뿐이었고 Read more about 날 죽인 사람은 과연 누굴까[…]

예언자

화마와 같은 적갈색 모래바람이 삽시간에 피어올라 다가왔다. 크고 작은 모래알들이 얼굴을 할퀴며 작은 상처들을 만들어 냈지만 사내는 여의치 않고 두건을 코끝까지 추켜올릴 뿐이었다. 사막에서 해무처럼 피어오른 뿌연 모래폭풍은 한 치 앞의 시야조차 허락하지 않았기에 여행자의 발목을 묶어두는 늪과도 같았다. 지금 상황에선 모래폭풍이 걷히기 전까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내는 서둘러 바위 뒤로 몸을 웅크린 채 Read more about 예언자[…]

보고싶어요. 아빠.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거짓말같이 찾아오는 기적 같은 일들이 있다. 거듭된 우연이 일어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행운이 다가오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의 말에 의하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기적이 없다고 생각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것, 다른 하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기적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분법적 선택지에서 내 삶은 오늘 이전까지는 주저 없이 전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Read more about 보고싶어요. 아빠.[…]

너는 아닐것 같지?

매달 반복되는 고지서, 카드대금, 보험료, 각종 할부금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삶은 더운 여름날의 태양처럼 숨이 턱턱 막혔다. 이 나라의 구조가 문제일까? 아니면 내 월급이 문제일까? 아내에게 질문한다면 고민도 없이 후자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우리 가족의 씀씀이가 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원인이 무엇이든 지금 당장 급한 건 해결책을 세워야만 했다. 세 명의 가족 구성원이 한 명이 벌어오는 Read more about 너는 아닐것 같지?[…]

당신의 시간을 삽니다.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의 주인공에게 오늘은 삶의 축복이자 희망의 동의어이겠지만 나에게 오늘은 휴일도 없이 매일같이 찾아와 내 숨통을 조여오는 지옥과도 같았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다. 나는 방안에 웅크리고 앉아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작은 과도칼을 움켜쥔 채 미세한 숨소리마저 새어나갈까 봐 신경을 곤두세우고 창문 밖을 주시했다. 긴장감이 증폭될수록 손바닥은 수도 파이프가 터진 것처럼 Read more about 당신의 시간을 삽니다.[…]